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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미디어 & 게임

'악마를 보았다' 두려움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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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영화리뷰다. 지난번 아저씨의 리뷰때도 그랬지만 영화를 보는데 정답은 없다. 평점이 10점에 가까운 영화라 해서 나도 10점을 줘야할 이유가 없으며 혹평에 쩔은 영화라도 10점을 주고 싶은 사람은 주는거다. (물론 그게 알바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사회의 특성상 우리들은 '내가 느낀것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 이러한 사람들을 '다른 사람'으로 이해한다면 아주 다행인 것이고 무조건 '알바'로 생각한다면 큰 문제가 있는것이다.

보통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기대치에 따라서 크게 좌우된다. 영화 티켓의 가격이 8천원이라 가정하면 (할인은 각자 알아서) 8천원치의 만족을 기대하는 영화가 있고 8천원 이상의 만족을 기대하는 영화가 있을것이다. 난 흔히 싸구려 액션영화는 딱 8천원치의 만족감을 기대하고 본다. 그리고 생각없이 웃고 즐기고 긴장하다 나오면 그걸로 끝이다. 다시 회자되는 일도 별로 없으며 어떻냐는 주위에 물음에도 '그냥 재밌어. 볼 거 없으면 봐'라는 대답을 넘겨준다. (물론 모든 액션장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싸구려 액션이 아닌 영화를 볼 때는 보통 8천원 이상의 만족감을 기대하면서 본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갈때 처음 기대를 떠올리며 '괜찮다'와 '별로'를 결정하게 된다. 그렇다면 '악마를 보았다'는?


초장부터 결론을 원하셨다면 죄송하다. 하지만 잠시 결론은 잠시 묻어두고 다른얘기로 돌아가보도록 하자.

두 배우의 소름끼치는 연기
'악마를 보았다'는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에서 가장 연기를 잘하기로 손꼽는 배우 두명이 출연한 것으로부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최민식은 이제 악역에 도가 텄다. 천연덕스럽게 욕을 내뱉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저지르는 배우의 연기는 완벽히 몰입하여 영화라는 사실도 잊고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실제 최민식을 보게 된다면 섬뜩할거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상대역으로 설정된 이병헌의 연기도 만만치 않다. 배우자를 잃은 슬픔에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장경철에 못지 않은 잔인함을 보여주는 연기는 '실제라면 나도 저렇게 될 것이다'라는 가정을 실제로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이 영화의 완성도면에서 두 배우의 연기가 지대한 공헌을 했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상영전부터 논란 - '필요이상으로' 잔인하거나 잔인하지 않거나
이 영화는 다들 아시다시피 잔인한 영상으로 제한상영등급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리고 이 영화를 평할때도 그 '잔인함'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나는 굳이 이 잔인함을 전면에 내새워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의 장르상 잔인한 장면은 영화에 대한 몰입을 높여주는 효과와 함께 복수라는 공감적 소재에 대한 대리만족을 이끌어내는 도구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는 감독이 이러한 도구로 잔혹한 영상을 잘 이용했다고 본다.

그리고 보통 잔혹상 영상들로 가득차 있는 '고어물'과 이 영화를 비교하곤 하는데 영화에서 받는 중압감으로는 솔직히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 잔혹한 영상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느낌으로 따지면 고어물은 너무 동떨어지고 멀리있지만 실제 하루에도 수십번씩 지나칠 수 있는 '학원기사'라든가 인적드문 길가에서 친절을 베푸는 평범한 인사의 캐릭터가 뿜어내는 잔인함은 그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내생각은 잔인하다 하여 이 영화를 깔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내 개인적 의견이기 때문에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도 계실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잔혹한 영상에 너무 초점을 맞추어 감상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김지운이라는 한계와 가능성
김지운 감독은 조용한 가족, 장화 홍련, 놈놈놈, 달콤한 인생까지 다양한 시도를 한 감독으로 인식된다. 이번 '악마를 보았다'도 새로운 시도로 본다면 충분히 훌륭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놈놈놈의 '중간부터 골로 가는 빈약함'과 달콤한 인생의 '오바스런 전개'를 약간 닮은 것 같아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김지운 감독이기에 '괜찮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 본인의 작품이므로 굳이 다른 사람들이 평가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부족함은 느끼고 있을것으로 생각한다.

연기는 배우의 몫이지만 그것을 영화속에 잘 우려내는 것은 '감독'의 몫이다. 차기작에서는 조금 더 잘(?) '우려낸' 영화가 탄생하기를 기대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영화는 얼마정도의 만족감을 줬을까?

글쎄다... 하지만 확실히 8천원 이상의 만족감은 얻은 것 같다. 허구라는 벽을 허물어버리고 극도의 긴장감을 잘 표현해 낸 점은 맘에 든다. 굳이 '이 영화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라는 문구가 들어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을만한 혹은 일어나고 있을만한 사건이라는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즉, 우리가 실제 주위에서 악마를 보더라도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두려움(극중 피해여성들이 느꼈을)을 아주 잘 표현하고 공감시켰다는 점에서 높히 평가하고 싶다. (높이 평가 하는 이유는 이러한 시도를 한 영화는 매우 많이 있으나 실제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기 떄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약간 평이한 전개로 인한 아쉬움과 해소되지 않은 찝찝함이 남는다. 여운과는 다른 이 찝찝함이 감독이 의도한 바라면 따로 할말은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약간은 아쉽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누가 다시 이 영화를 보러 갈래? 혹은 이 영화 보러가도 괜찮을까? 라고 묻는다면 글쎄... 그리 추천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이 찝찝함도 원인이 되겠지만 그보다는 전개상 중간부터 이어지는 목적없는 광기에 대한 거부감이라고나 할까. 영화 자체로만 평가한다면 추천하겠지만 '상영작 추천'을 원하는 관객에게 감히 '추천'을 날리기는 약간 부담스럽다.

특히 남자분들 보다는 여자분들의 거부감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굳이 보겠다면 안말리겠지만 필자탓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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