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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미디어 & 게임

'악마를 보았다'에서 수현(이병헌)이 저지른 세가지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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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국민MC가 나오는 모 예능프로에서 매주 나오는 말이 있다.

'꽁트는 꽁트일 뿐 오해하지 말자'

그 말처럼 영화는 영화일 뿐 오해하지 말자라고 선을 그어버린다면 이 글은 바로 망글이 되어 버리겠지만 아무리 공상과학영화라도 현재에 이입되어 해석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의 버릇인 것 같다. 사실 아래에서 말하고자 하는 '실수'라는 것도 결국에는 감독이 설정한 스토리의 한 요소일 것이다.

하지만 '류현진이 SK였다면?'과 같은 가정은 항상 (실현불가능하지만) 화두에 오르는 것처럼 '만약 그랬다면?'이라는 가정으로부터 수현(이병헌)이 저지른 실수를 골라보기로 하자.

아래에 쓸 내용은 상당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은 반드시 영화를 먼저 보기를 당부하는 바이다.


특히 이런 게시물에 가끔씩 거품물고 달려드는 분들 계신데... 필자도 그냥 재미로 적었으니 보는 분들도 그냥 재미로 봐주기 바란다.(플리즈...)

덧글) 이 포스팅에 쓰인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영화사에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첫번째 실수. '복수'가 아닌 '게임'을 시작한 것

사실 수현이 결심한 것은 이거였다. '네가 느낀 고통만큼 그자식도 고통을 느끼게 해주겠어'. 자, 여기서 우리는 '고통'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면 전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약간은 어폐가 있지만 단순히 복수를 위해서라면 묶어놓고 조금씩 회를 뜬다는 등의 방법을 동원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교양시간에 들었던 '형벌'관련 수업때문에 알게 된 것이다;)

이는 결과론적인 접근에서 비롯된 것인데 결국 놓아주고 풀어주고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장인과 처제까지 화를 입었기 때문에 결국 수현의 고통만 더 커진꼴이 되버렸다. 즉, 이성적인 입장에서 접근을 해보자면 놓아주고 풀어주고를 반복한 것은 죽은 약혼자의 복수를 한 것이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한 '게임'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실수는 영화 전체를 풀어가는 맥이기도 하지만 수현이 저지른 결정적 실수이기도 하다. 차라리 '올드보이'의 우진(유지태)이 대수(최민식)에게 했던 복수처럼 아예 가두어 놓는다든가 아니면 가족간의 패륜을 이용하는 방법이 더 나을지도 모를것이다. (올드보이를 안본 분들은 올드보이도 보시길 바란다. 그러고 보니 복수의 대상은 동일하게 최민식이 연기.)

사실 수현이 위 과정에서 보여준 행동들은 복수라기보다는 '광기 어린 게임'에 불과하지 않는다. 경철과 비교하여 광기의 수준을 동일선상에 놓기 위해서였겠지만 그건 '복수'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리고 수현은 이 과정에서 너무도 쉽게 자신의 존재를 노출시켜버리는 실수를 한다. 정말 철저한 복수를 위했더라면 왜인지도 모르게 철저히 자신을 숨길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경철이 수현의 존재를 파악하는 순간 (피해자와 연관지어) 그야말로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약혼자의 반지를 찾았음에도 반지를 계속 끼고 다닌 것)


두번째 실수. 변태성욕을 두번이나 확인하고도 '성기'가 아닌 아킬레스건을 자른 것.

수현은 경철의 변태성욕을 총 두차례 경험한다. 첫번째, 여고생을 납치하여 비닐하우스에서 성폭행 하려했을 때, 두번째, 병원에서 간호사를 성폭행하려 했을때다. 이 두번의 사례를 통해 수현은 충분히 경철의 변태성욕을 파악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현은 이 변태성욕을 해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경철에게 큰 고통이 될 것임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현은 병원에서 경철의 '성기'가 아닌 아킬레스건을 자른다. 수현의 배려(?)때문에 경철은 친구의 집에서도 계속해서 그 성욕을 누리게 된다.

물론 제거의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여러가지 그쪽에 타격(?)을 입힐 방법은 많았을 것이다. (아킬레스 건을 자른 뒤에 깁스를 하고 드레싱까지 하여 신발까지 신긴 것을 생각해보자)

이 점은 약간 의아스럽다. 왜냐하면 수현이 이전 용의자를 찾아간 장면에서 이미 성기를 내려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의해서라도 '성기'를 내려친다는 등의 방법으로 변태성욕을 억제시키는 것은 큰 고통을 선사할 수 있었을텐데 수현은 시도하지 않았다. 단순히 '게임의 흥미'을 위해서 경철의 변태성욕을 방치한 것이라면 너무 큰 헛점이 보인다. 만약 내가 수현이었다면 제일 먼저 '그 부분'을 손봤을텐데 말이다.


세번째 실수. 장경철과 너무 멀리 떨어진 것.

아무리 장비의 성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미행의 필수조건은 상대를 시야에서 묶어두는 것이다. 그리고 경구로 투여하는 캡슐의 특성상 언젠가는 몸에서 나올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즉, 차로 수십분 거리에서 장경철을 추적하기에는 너무 불확실한 요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현은 장경철를 너무 느긋하게 풀어줘버리고 그 사이에 장경철은 약사를 찌르고 지사제를 먹고 (시간이 흘러... 아무리 지사제라도 수분후에나 효과가 있을테므로) 화장실에서 캡슐을 확인한 뒤 택시기사를 폭행한뒤 택시를 타고 달아난다.  이 시간동안 수현이 경철을 놓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실수다. (약사를 응급처치하느라 늦어졌다고 주장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아예없는 길거리도 아니었고 도움을 요청한 뒤 바로 추격했을 것이다. 즉, 흐름상 지체가 아니고 원체 뒤떨어져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 사이 장경철은 수현의 장인을 폭행하고 처제를 납치하기에 이르는데 이미 늦었다는 것을 파악했다면 112에 신고하지 않은 것도 실수다. 즉, 이 부분에서는 궁극적으로 수현이 경철과 너무 멀어지는 실수가 사건의 발단이 된다. (물론 이것도 영화 전개의 흐름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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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의 특성상 이렇게 따지고 들어가는 것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볼 때 이렇게 따지고 들어갈 것이 많다는 것은 구성이 그만큼 치밀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위의 것들 말고도 발견한 헛점은 아주 많지만 굵직한 줄기만 집어봤다. 어쨌든 재미로 적어본 포스팅이니 너무 시비거는 분은 없기를 바란다.

본 리뷰는 아래링크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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