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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사용자의 험난했던 아이폰 구입기 (SKT의 양아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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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원래 작년에 기획했던 것인데 지금에서야 완성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외국계 통신회사 영입을 적극 찬성하는 사람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3개의 대형 통신사가 있습니다. 독점이 아니기에 경쟁을 해야 하지만 사실상 경쟁다운 경쟁은 기대하기는 어렵죠. 요금제로 장난치고 작은 혜택 던져놓고 생색내는 건 통신3사가 다 똑같이 행하는 일이고, 또한 어제 오늘일이 아니기에 이제 놀랍지도 않습니다.

아무튼 제가 이번에 아이폰을 신청하면서 느꼈던 SKT의 양아치스러움에 대해서 좀 적어보고자 합니다.



1. 원래 기대했던 시나리오
저희집은 저를 비롯해 가족 모두가 SKT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입연수로 따지면 30년이 넘기 때문에 기본료 50%의 가족할인을 받고 있습니다. 그 중 제 가입연수가 약5년 정도 됩니다. 제가 빠지게 되면 가입연수가 30년이 안되기 때문에 아이폰 구입을 크게 망설였습니다. 더욱이 기존에 사용하던 시크릿폰의 기기할부금도 약4개월정도 남아있었기 때문에 더 고민이 되더군요.

하지만 결국 아이폰을 구입하기로 마음먹고선 다음과 같이 생각했습니다.

첫번째 방법
아이폰을 구입하여 SKT에 연결하여 쓴다.

두번째 방법
아이폰을 새롭게 KT로 개통하고 SKT 번호는 정지한다.


저는 결과적으로 고민하다가 두번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번거로운 것도 번거로운 것이고 할부금 충당하기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그냥 저렴한 요금으로 SKT번호를 유지하여 가족할인 연수도 유지하고 아이폰은 신규로 새번호로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결정 후, SKT번호를 정지하면 얼마정도 요금이 나올지를 계산해 봤습니다.

SKT번호 일시 정지 (정지시 한달 4,400원)
번호변경 알림서비스 신청  (유료 3,000원)
착신서비스 신청 (유료 1,500원)

첫달 8,900원
두번재 달부터 5,900원 예상

'번호 알림서비스 신청'을 생각한 이유는...가끔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내면 "000번으로 변경되었습니다"라는 답장이 오는 것을 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저 위대로 계산하면 대략 한달에 6천원정도로 번호안내도 받고 착신전환도 받을 수 있겠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크게 틀렸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습니다.


2. 부딪힌 문제들.
일단 SKT번호를 정지를 했습니다. 정지가 최대 3개월까지밖에는 안된다는군요. 뭐. 3개월이면 괜찮습니다. 분기별로 한번씩 연장해주면 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번호변경 알림서비스 신청이 안되더군요. 왜 안되냐고 물어봤더니 번호 변경 이력이 있는 사람(해지한 사람, 번호를 바꾼 사람 등)만 신청할 수 있답니다. 일반 사용자는 신청이 안되냐고 했더니 안된다고 하네요. 왜 안되냐고 물어봤더니 원래 그렇답니다.

'원래 그렇다'
'원래 그렇다'
'원래 그렇다'

뭐 어쩔수 없네요.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착신전환 서비스의 문제였습니다. SKT의 착신전환 서비스는 1,500원의 유료 부가서비스입니다. 일단 정지를 해놨고 미처 연락을 못한 지인들에게 예전번호로 연락이 올까봐 착신전환을 해 두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인가 지나서였는데 이상하더군요. 결정적으로 이상함을 느끼게 된 계기는 '카드 사용'문자가 오지 않는 것을 확인했을때였습니다.

그 당시 너무 바빠서 미처 카드사의 연락처도 변경을 하지 못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카드사용문자도 착신이 안되더군요. 그래서 다시 114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물어보니 정지상태에서의 착신은 최대 일주일밖에는 안된다네요. 장기로 하는 방법이 없냐니까 없답니다.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원래 그렇답니다.

'원래 그렇다'
'원래 그렇다'
'원래 그렇다'

tworld에서 확인했더니 깨알같은 글씨로 써놓았네~


그럼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어봤더니 일주일마다 114에 전화해서 연장을 신청하랍니다. 일주일에 한번이면 1년에 대략 50번만 하면 되네요. 아이고 감사해라. SKT내에서도 일시정지 + 착신보다는 그냥 전화기를 살려놓은 상태에서 착신전환을 하는게 다만 몇천원, 몇백원이라도 자기네쪽으로 더 떨어지니까 머리를 쓴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머리는 참 좋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일주일로 해놓을 이유가 전혀 없거든요.

그나마 착신서비스도 참 개판입니다. 음성 270분, 문자1000개 이상은 별도의 요금을 부과하고 있네요. 또한 최초 가입시 문자인증이나 범용인증서로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착신전환 사용자의 대다수가 전화기를 잃어버린사람이거나 파손된 사람들인데 문자인증이라뇨;;; 게다가 공인인증서 인증은 범용인증서밖에 안되고 있습니다. 1,500원짜리 부가서비스 가입하고자 4,400원을 들이라는 말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일반 공인인증서, 카드확인, 주민등록증 발급일자 확인과 같은 방법을 취할수도 있지만 SKT는 오직 문자인증 or 범용공인인증서 인증입니다. 참 일관되죠?



전 다행히 전화기를 분실, 파손한 상태가 아니어서 가입은 했습니다만 일주일마다 연장하라는 소리를 듣고 대략2주만에 해지를 했습니다.


3. 결국 선택한 방법.

SKT번호 유지
표준요금으로 교체. (뉴세이브요금제가 없어짐.)

한달 6,600원 (표준요금 + 부가세 - 기본료 50% 계산할때)

결국 SKT가 700원 더 뜯어간다.

결국에는 그냥 '표준요금제'로 돌려놓았습니다. 예전에 '뉴세이브'이라고 해서 기본요금이 저렴한 게 있었던걸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가입하려고 봤더니 이것마저도 은근 슬쩍 없어졌네요;;


착신서비스도 그냥 풀어놓았습니다. 원래 해놓을까도 했지만 이미 아는분들에게는 거의 바뀐 번호를 알려드렸기 때문에 1,500원의 부가서비스를 가입해 둘 이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죠. 요즘도 간간히 전원을 켜 미처 연락하지 못한 지인들에게 번호를 안내하고 있답니다.

솔직히 맨처음에 생각했던 방법이 크게 절약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착신전환 서비스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700원이 더 나가는 셈이 되었네요. 하지만 700원이 문제가 아니라 고객을 농락하는 SKT의 처사에 참 화가 납니다. 왜 SKT는 고객을 농락하면서 700원 뜯을 생각만 하고 기분좋게 7,000원을 쓰게 할 생각은 못할까요?


모두에게 +α 되는 세상을 만든다고? 웃기고 자빠졌네.


지금까지 광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SKT의 이미지 메이킹은 참으로 집요하고 꾸준합니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알죠. SK라는 기업이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식으로 사회공헌을 하고 있고(혹은 다른 기업과 비교하여 하고 있지 않고) 어떻게 시장을 지배하는지. 저는 이번 일을 통해서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SKT의 '교묘히 돈뜯어가는 기술'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요즘 SKT의 주요 슬로건으로 내세워지고 있는 모두에게 +α 되는 세상을 만듭니다라는 멘트가 참 공허하게 들립니다. SKT가 주장하는 '모두'에 '고객'은 제외된 걸까요? 광고 아이디어가 아깝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하는 짓이 꼭 SK스럽습니다. 예전에 네이트온에 대해서 포스팅한게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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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을 계기로 가족 전체가 KT나 LG로 옮겨볼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아버지께서는 20년이 넘게 SKT를 쓰고 계신데 혜택은 정말 보잘것 없거든요. 물론 저도 아이폰을 사용하기에 일단 KT로 넘어왔지만(엄연히 말하면 양다리지만) KT라고 크게 다를 것이라고 기대는 안합니다. 하지만 SKT이 하는짓이 참 귀여워서 옮겨볼까 생각중이랍니다.

아무튼 새해에는 통신3사가 고객들 농간하지 말고 부디 '자본주의를 배울때 말하는 경쟁다운 경쟁'을 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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